니콜라이 프레드릭 그룬트비는 1783년 덴마크 남부 우드비에서 루터교 목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려서
부터 아버지의 서재에 있기를 좋아했고 특히 역사책 읽기에 몰두하였다. 9살에 라틴어학교에 입학했고 그
곳에서 보낸 6년 동안 계몽사상과 자유주의 사상에 눈을 뜨게 되었다.
2년 후 라틴어 상급반에 진학한 그는 좀 더 차원 높은 진리를 진리를 갈구하고 있었다. 죽은 지식이 아닌
정신적 욕구를 채워 줄 진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일기에서 다음과 같이 고백하고 있다. “학생들은
맥 빠진 빈 껍데기였다. 나는 그들과 한 번도 열띤 토론을 해 본 적이 없다. 정신적 빈곤 때문에 몽롱한 잠
꼬대나 늘어놓는 것에 진저리가 날 지경이다. 영혼의 빛은 육신의 유혹에 꺼져 버리고 까페에 드나들며 술
마시고 담배 피우며 트럼프나 하면서 시간을 허비하는 것이 일과였다.” 그는 교사들의 수업에 대해서도
“학생은 떡을 달라는데 교사들은 돌을 주고 있다”라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라틴어 학교를 우등으로 졸업하고 그는 코펜하겐 대학 신학부에 입학했지만 대학의 가르침도 그에게 만
족을 주지 못했다. 그는 신학보다는 문학과 역사에 더 몰두했다. 그는 당시의 기독교에서 진리를 찾지 못
하고 계몽주의 사상에 심취되고 있었다. 1807년 영국함대가 침공하여 코펜하겐을 포격할 때 그는 덴마크
국민들의 무기력함을 목격했다. 이를 계기로 그의 애국심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그는 ‘가장무도회’라는
책을 써서 북유럽국가들의 조상인 바이킹의 용맹성을 상기시켰다. 이듬해 그는 스카우보 대학에 역사교
수로 채용되어 ‘북유럽의 신화’라는 책을 출간하여 북유럽의 고귀한 정신을 고취시키고자 했다.
그 무렵 고향의 아버지로부터 목회사역을 도와 달라는 편지를 받게 된다. 계몽주의 사상과 애국심, 역사연
구에 심취해 있는 동안 잊고 지낸 하나님의 음성을 듣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하나님에 대한 순종
에서가 아니라 아버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고향으로 내려가 목사안수를 받을 준비를 한다. 그는 목사안
수를 받기 위한 테스트 설교에서 교회 지도층의 불신앙을 신랄하게 지적하였다. 그의 설교제목은 ‘어찌하
여 그의 집에서 주의 음성이 사라졌는가!’였다. 목사의 아들로서 그가 기독교와 멀어지게 된 이유를 담은
그리스도 안에서 거듭난 새사람
기독교정신으로
덴마크를 일깨운 애국자
니콜라이 그룬트비(Nikolai Frederik Grundtvig, 1783-1872)
33
거듭난 새 사람
설교였는데 이 설교로 인해 그는 종교국에 제소되었고 결국 목사 안수도 받지 못했다.
그룬트비는 다시 역사연구에 몰두했다. 북유럽 고대사뿐 아니라 세계사까지 연구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그는 매우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세계역사에 있어서 한 나라
의 발전과 번영 뒤에는 반드시 기독교 부흥의 역사가 함께하고 있음을 발견한 것이다.
애국심에 붙타고 있던 그는 자신의 조국 덴마크가 발전하려면 먼저 국민이 복음화 되어
야함을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그간 영적으로 방황하고 있던 그를 성경말씀 앞으
로 인도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 동안 다른 성직자와 교회 비판에 앞장서 온 그는 이제 자
신의 영적 상태를 깊이 들여다보게 되었고 ‘너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냐?’, ‘네 죄를 용
서받았느냐?’고 자문해 보았지만 ‘예’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는 다음과 같이 고
백하였다. “내가 마치 거룩한 그리스도인인 양 기독교를 바로잡겠다고 나섰지만 결국
나의 교만이 거룩한 옷을 갈아입고 설쳐댄 것에 불과하다.” 그룬트비는 하나님 앞에 벌
거벗은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괴로워했다. 극심한 양심의 갈등으로 인해 육신의 병을
얻었다. 불면으로 인한 조울증에 시달렸다. 이렇듯 1810년은 그에게 잔인한 해였다. “나
는 급류속으로 나 자신을 던져야만 했다. 그 급류가 나를 매몰시킬지는 오직 전능자만
이 결정할 수 있다.” 그는 하나님 앞에 엎드려 회개했고 자신을 구원해 달라고 간절히 기
도하였다. 1811년 어느 날, 영적 싸움에 지칠 대로 지쳐 있던 그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구
원의 손길이 자신을 이루 형언할 수 없는 ‘화목’으로, ‘평안’으로 이끄심을 체험하게 되
었다. 자신의 어떤 행위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 안에 베푸신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에 의
하여 거듭나게 된다. 그는 만나는 사람들에게 이렇게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스도가 당
신을 구속하였다! 당신이 이 사실을 믿기만 하면 당신은 그리스도의 것이다!” 사람들이
그에게 “그리스도를 어디서 찾을 수 있느냐?”고 질문하면 그는 서슴없이 “성경에서!”라
고 답하곤 하였다.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은 그룬트비는 1813년 다시 코펜하겐으로 돌아가 국
민들에게 자신이 만난 예수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8년 후 그룬트비는 프레스
트 교회의 목사로 부임하면서 더욱 자유롭고 힘차게 복음을 전하였다. 당시 신자들은
자신이 속한 교구 밖에서는 설교를 들을 수 없었고 자유롭게 모일 수도 없었지만 그룬
트비는 이 제한을 두지 않고 성령 안에서 자유로운 교제를 허용하였다. ‘신앙의 자유’,
‘설교의 자유’를 주장하던 그는 속한 교구에서 쫓겨나고 말았지만, 그가 주창한 ‘신앙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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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난 새 사람
자유’ 물결은 덴마크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또한 교회의 고정된 의식에 맞추어 엄숙하
게 부르던 찬송가도 ‘생명의 율동’에 맞추어 부를 수 있도록 수많은 찬송시를 썼고 그가
지은 찬송시는 1838년 ‘찬송가집’으로 출판되어 지금도 덴마크 전역에서 은혜롭게 불리
우고 있다.
1828년, 그룬트비는 덴마크 국왕의 후원으로 영국 유학길에 오른다. 영국의 문화와 산업
에 끼친 기독교 정신을 돌아보고 덴마크에 적용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는 영국과학자
들의 열띤 연구, 산업발전을 장려하는 정책, 영국국교와 독립교회 간의 조화, 근면성, 무
엇보다도 인간의 자유로운 정신과 창의력을 보장하는 사회 시스템, 그리고 기독교정신
이 영국의 발전을 가져온 원동력임을 발견하고 이를 자신의 조국 덴마크에 접목시키려
는 꿈을 간직하고 있었다. 고국으로 돌아온 그는 1844년 ‘국민 고등학교’를 설립하고 본
격적인 교육개혁에 착수한다. 교육의 본질은 죽은 ‘책 공부’에 있지 않고 ‘자유롭고, 창
의적인 살아 있는 대화’에 있음을 강조하며 대화와 토론 위주의 교육을 활성화시켰다.
학생들에게 책과 공책을 가지지 못하게 하고 오직 대화만을 통한 교육방식을 고집했다.
18-30세까지의 모든 사회 구성원을 학생으로 받아들여 가족, 국가, 세계 공동체의 일원
이 될 수 있도록 교육시켰다. 무엇보다도 기독교 신앙을 고양시키는데 교육의 목표를
두었다. 당시 라틴어 사용에 자부심을 가진 국민들에게 덴마크어의 소중함을 일깨우기
위해 덴마크어로 성경을 번역 보급하는 일에도 앞장섰다.
그는 덴마크 정신을 고취시키기 위한 설교를 많이 했고 수많은 애국시를 지어 덴마크
국민가요집을 만들었다. 지금도 덴마크 사람들의 주머니나 핸드백 속에는 그가 만든 국
민가요집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그는 그의 교육이념을 정책에 반영시키기 위해 1848년
국회의원이 되었고 국가시책으로 신앙, 언론, 출판,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는데 앞장섰으
며 경작자에게 토지를 주어야 한다는 토지개혁에도 기여했다. 89세로 주님 품에 영면하
기 하루 전까지도 왈도교회에서 설교를 하였다. 독실한 기독교 신앙에 바탕한 교육가,
정치가, 애국운동가, 시인, 역사가로 무엇보다도 덴마크를 기독교 신앙으로 물들이고자
열정적 목회자로 헌신했던 그룬트비의 영구는 코펜하겐 시에 있는 ‘우리 구세주교회’에
안치되어 기독교에 바탕한 덴마크 정신을 일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