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하나님을 경험하며 살아가는 삶, 그리고 목장       

남상국 목자 | 하경삶 목장


2 0 1 2 년 봄 이후, 많은 것이 변하였지만 하나님께서 제게 주신 가장 큰 변화는 그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항상 세상 가치만을 향하던 제가 하나님의 은혜로 범사에 감사함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제 보잘것없는 신앙의 시작과 현재를 고백합니다.

40대 중반을 지나 이제 50대로 가는 제게 항상 세상은 약육강식의 정글이었고 전쟁터였습니다. 세상 누구보다 앞서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어떤 것을 성취해도
저는 행복하지 못했습니다. 유년기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한 곤궁함과 경제적 피폐에 대한 경험은 항상 저를 불안하게 했고 그 무엇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만들었습니다.

내가 가진 것에 대한 만족은 없었고 남들이 이룬 성과에 대한 질시만이 제 머리 속에 가득
했습니다. 지인의 장례식장을 가도 고인의 영면을 바라면서 즐비한 조화에서 더 노력해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면서 살았습니다. 그런 불안감은 일 년에 수십 권의 책을 읽으면서도 소설이나 시, 혹은 종교 서적은 시간 낭비라는 아주 실용적인 생각에 오로지 마케팅, 영어, 경제 서적만을 읽었습니다. 그러한 대가로 이른 나이에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도 잠시, 내가 임원이 되어도 친구가 대표이사가 되면 내 자
리는 한없이 초라해지고 다시 새벽 학원에 가는 길을 재촉하였습니다.

50이 다 된 나이에 새벽마다 외국인과 하는 한두 시간의 수업은 영어를 배우겠다는 학업에 대한 열정이 아니라 무엇인가 노력하고 있다는 나에 대한 자위였습니다. 남들보다는 이른 나이에 다국적 기업의 임원이 되었음에도 내게는 항상 부족함뿐이었습니다.

나보다 잘난 사람, 나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만을 보고 생활해 온 제게 불안감과 더 노력해야 한다는 것은 사명 같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정과는 점점 더
멀어지고 아내의 권유로 다니던 교회, 목장은 제게 참으로 의미 없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가정은 당신이 지켜 줘, 미래의 가정은 내가 근사하게 만들게.” 라고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면서 가정은 제 우선순위에서 점점 더 뒤로 밀렸습니다. 하지만 세상에서 모든 희망은 점점 작아질 뿐이었습니다. 나의 무능력함을 입증할 때까지 승진하는 것이 회사라는 조직이다 라고 어느 사회학자가 말했듯이 세상과의 싸움에서 제 무능력함이 발가벗겨지며 제 사회에서의 커리어는 한계를 맞이했습니다.

영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승진에서 뒤로 밀렸고 그 상황을 현명하게 대처하는 지혜가 없었던 저는 그 길로 회사를 그만 두면서 세상의 무서움을 처음 겪게 되었습니다.

유년기에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경험하였던 그 시리도록 차가운 사회의 냉대를 다시 겪게 된 것입니다. 유년기 친척들의 외면처럼, 명함을 잃어버린 제게 세상은 똑같았습니다. 지인들과의 연락 두절, 후배들의 외면……

세상은 결국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 다시 아이들에게 내가 겪었던 그 차가운 세상을 겪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가슴이 메어 눈물만 나왔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내 아픔을 생각하면서 육신의 아버지는 얼마나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이 세상
을 바꿀 힘은 제게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통스러웠고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다시 하나님을 믿으라고 권유하며 세상과 달리 교회 안에서의 관계는 아플 때 힘들 때 더 곁에 있어주는 다른 세상이다 라고 하며 강권하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간관계는 결국은 이해관계라고 속으로 되뇌며 단지 아내를 편하게 해주기 위해 교회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처음 목장 예배에 참석했던 날, 저와 너무 다른 사람들에게 이질감을 느꼈고 가정에서 찬송하고 기도하는 모습은 제게 너무 익숙하지 않고 어색한 경험이었습니다. 특히 개인적인 어려움이나 가정의 대소사를 같이 의논하고 중보 기도하는 모습은 제게는 너무나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이질감은 아내와 다투게 되는 주요 원인이 되었고 다시 하나님과 멀어지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서 주최하는 '부부사랑학교(새가정훈련학교)와 사랑의 순례'에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경제적인 풍족함을 주지 못하는 저로서는 이런 것이라도 들어주어 아내를 편하게 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얄팍한 생각으로 다가간 저를 하나님께서 안아주셨습니다. 1박 2일간의 프로그램에서 참으로 많이도 울고 많이 느끼면서 하나님을 가슴 가득히 담게 되는 역사가 제게 이루어졌습니다.

그 이후로 조금씩 하나님에게 다가가면서 새벽기도예배도 나가고 목장모임도 더 적극적으로 참석 하게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창피했던 가정 대소사에 대한 중보 기도도 가정에서 예배 드리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이젠 다 사라졌습니다. 이제는 찬양을 하기 위해 예배 시작 20여 분 전에 착석하고 찬양을 하면 손을 뻗어 하나님과의 교감을 느낍니다.

아직은 많이 부족하고 아직은 하나님 보시기에 부끄러운 생활도 있습니다. 아직은 직원들이 제 책상에 있는 성경책을 보고 놀라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제 세상이 저를 버려도 하나님은 저를 안아주실 것이라는 것을 믿습니다. 세상의 지인들이 저의 명함과 교제하지만 제 목장 식구들은 제 어려움과 교제해 줄 것을 믿습니다.

2012년 봄, 세상적인 어려움 속에 있던 제가 공부하기 위해 교회를 향해 걸어갈 때, 처음으로 세속적인 풍족함이 아닌 것을 볼 수 있음에,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을 가졌습니다. 그 후 4년이 지난, 이제는 범사에 감사합니다. 물질적인 풍족함이 없어도, 혹여 어디 사회적, 육체적 결핍이 있어도 제 마음을 어루만져 주시는 하나님이 계시고 제 어려움을 하나님에게 고해 주시 는 목장식구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2016.01.21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