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와 교육자치,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은 곳이 있다?
2023년 경기도 주민자치 우수사례 경연대회 대상 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회 인터뷰
마을 방송국을 활용한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 정책으로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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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밀접한 영향을 끼치는 곳은 어딜까요? 바로 본인이 사는 ‘마을’일 겁니다. 물론 정부를 비롯해 지자체도 우리 삶에 있어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가 사는 마을에 고장난 가로등을 고치는 문제만 해도 마을에서 시작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처럼 우리가 사는 마을와 주민들의 불편한 부분을 개선하고 주민들을 위한 각종 프로그램과 편의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주민자치회’입니다. 특히 최근에는 주민자치회들의 성과를 공유하고 또 시상하는 ‘주민자치 경연대회’가 개최돼 도내 주민자치회들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소개됐었는데요.

이날 대상을 받은 지역은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를 발표한 시흥시 정왕2동이었습니다. 사업을 실제로 운영하고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했을터. 실제 이 사업을 운영하는 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회를 방문해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마을 방송국, 교육 자치의 핵심으로 변신

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회는 2020년도에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뒤 현재 35명의 위원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민자치회로 전환되면서 단순히 자치센터 프로그램 관리를 넘어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지역 문제를 발굴해 주민 총회를 열어 안건을 상정한 뒤 주민 투표로 마을 사업을 결정할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경연대회에서 발표를 맡았던 김덕용 정왕2동 주민자치회 사무국장은 이번 사업이 대상을 수상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건 정이마을 방송국을 활용한 ‘이주 배경 청소년지원사업’과 올해 처음 시도한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사업’ 덕분이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정이마을 방송국에는 주민들로 구성된 미디어 활동가 30명이 직접 프로그램 기획부터 촬영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평일 오전 10시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생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개국한 마을 방송국을 꾸준히 활용할 방법을 찾던 중, 최근 학생들에게 가장 큰 관심거리이자 유망 직업으로 유튜버가 대세라는 사실에 초점을 두고 교육사업을 구성하게 됐습니다. 특히 우리 마을에 거주하는 이주 배경 청소년들이 방송을 경험하고 진로 선택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청소년 체인지메이커 사업은 학생들이 스스로 자신과 연결된 실생활의 문제들을 발견하고 공감하는 가운데 해결하기 위해 소통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역량을 발휘하고 기를 수 있도록 하는 활동입니다.

사실 정왕2동은 지난해 경기도에서 개최한 경연대회에서도 정이마을 방송국을 활용한 프로그램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는데요. 올해 들어서는 방송국 유튜브 구독자도 2배가량 증가했고 방송하는 주민 미디어 활동가도 늘어 프로그램도 10개로 다양해졌지요. 즉 주민자치와 교육자치가 어우러진 정왕2동만의 독보적인 콘텐츠가 자리잡게 된 셈입니다.

학생도, 학교도 만족한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

올해 경연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겨준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 사업은 학생들의 마을 교육을 위해 기획부터 운영까지 마을 주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교육자치 시스템입니다. 특히 이 사업은 마을에 있는 7개 학교 학생들을 위한 마을 교육의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시작됐습니다.

“마을 교육의 특성상 진학 관련이나 정규과정에 대해서 가르치는건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학교에서는 진행하지 못하는 체험 관련 교육을 위해 정이마을 방송국을 활용하자는 의견이 나왔지요. 이를 위해 학교 선생님들과 학부모 그리고 주민자치회가 매달 한 번씩 모여 학사일정을 공유하는 등 준비를 했습니다. 특히 학부모님들은 아이들의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위해 직접 보드 게임 강사 및 자원순환 활동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등 열의를 보이셨는데, 결과적으로 아이들은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영역과 경험을 얻고 경력단절 여성이셨던 어머님들은 새로운 직업을 얻고 활동가로 활동하는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결과를 만들기까지 부단한 노력을 해왔다는 김 사무국장은 학교와 학부모를 설득하고 이해관계를 조성하는게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일단은 학교를 비롯해 선생님, 학부모 모두 각자 생각하는 바가 다릅니다. 정책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알지 못했던 학교와 학부모 간에 자그마한 오해도 있었고요. 다행히 이런 부분에서 주민자치회가 중간다리 역할을 해 오해도 풀 수 있었죠. 또 무엇보다 학교의 의지가 중요한데, 이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교과과정을 중시하는 고등학교보단 초등학교, 중학교가 접근하기 쉬웠습니다. 그래도 평상시 미디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교 방송부 친구들과는 함께 협업해서 마을 캠페인 영상을 제작하는 등의 활동은 한 적이 있습니다.”

또한, 김 사무국장은 마을 내 한 학교가 주민참여형 정이마을 교육자치 프로그램의 가능성을 보고 학교 정규과정으로 편성해 학교와 아이들의 높은 호응을 얻은 사례도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마을에 군서미래국제학교라고 해서 초중고 다문화 통합학교가 있는데, 그 학교에서 정이마을 교육자치 프로그램을 정규과정으로 편성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보통 마을수업은 방과후나 특별교육으로 빠지기 마련인데, 아이들의 관심도 높고 시스템과 장소도 잘 마련되어 있어서 그런 결과가 생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당시 그 학교에 베트남에서 온 한 학생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어가 어눌해서 활발하게 지내지 못하던 학생이었어요. 근데 마지막 생방송 날 웃으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그 학생을 보고 선생님들이 깜짝 놀라시더군요. 그 모습을 보니 참 이 사업을 진행하기 잘했단 생각과 함께 보람을 느꼈습니다.”

이외에도 체인지메이커 교육을 수료한 학생들이 본인들이 생각하는 우리마을 그리고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발굴하여 공감 캠페인을 진행했던 사례도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학생들이 직접 우리 마을의 문제점을 찾고 다른 학생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하여 공원 내 안전 문제를 제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생들이 직접 정왕2동 동장님과 주민자치회장님에게 브리핑을 했었죠. 이후 동에서는 시에 의견을 전달하고 2차로 학생들이 직접 시흥시청 공원과와 녹지과에 직접 찾아가 의견을 전달했었습니다. 덕분에 그 의견이 반영되어 올해 산책로 조성공사에 배수로 안전망 설치가 사업내용에 포함되게 됐습니다.”

앞으로는 전국적으로 교육자치에 대해 알리고 싶다는 시흥시 정왕2동 주민자치회.

“올해로 3년째 이 교육자치를 운영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모이는 것도 벅찼습니다. 오늘의 결과는 한 사람의 수고와 노력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정왕2동 동장님과 주민자치회장님을 비롯해 주민자치회 위원님들, 주민 활동가분들까지 모두가 함께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은 덕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는 많은 주민분이 주민자치회에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들을 발굴하고 더 나아가 주민자치 전국대회에서도 교육자치 정책에 대해 알리고 싶습니다.”

이어 “다른 지역에 거주하는 도민분들도 마을에 무엇이 필요하고 또 불편한지 잘 알고 계실테니 조금 더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참여해주신다면 더 살기 좋은 마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했습니다.
 
출처 : 경기도뉴스포털  이주영 juyng91@gg.go.kr